대한민국 대표 프랜차이즈 영화가 된 <범죄도시> 시리즈. 2편, 3편, 4편까지 연이어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엄청난 성공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시리즈 팬들에게 "가장 명작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망설임 없이 "당연히 1편이지"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단순한 액션 영화를 넘어 '장첸'이라는 희대의 악역을 탄생시키고, '진실의 방' 유행어를 만든 전설의 시작. 오늘은 범죄도시 시리즈가 아무리 나와도 왜 1편의 아성을 넘을 수 없는지, 그 이유를 철저하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1. 역대급 악역, 윤계상의 '장첸'
"니 내 누군지 아니?" 수많은 패러디를 낳은 장첸
범죄도시 1편이 레전드인 첫 번째 이유는 단연 빌런(Villain)의 무게감입니다. 윤계상 배우가 연기한 '장첸'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2편의 강해상(손석구)이 '야생마' 같고, 3편의 주성철(이준혁)이 '지능형'이었다면, 1편의 장첸은 '통제 불가능한 악마'였습니다.
긴 머리를 질끈 묶고 아무렇지 않게 도끼를 휘두르는 그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서늘한 공포를 심어주었습니다. 특히 젠틀한 이미지였던 윤계상의 파격적인 변신은 영화의 몰입도를 극대화했죠. 마석도 형사가 아무리 강해도, 장첸을 만났을 때 느껴지는 그 팽팽한 긴장감은 후속작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1편만의 미덕입니다.
2.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 주는 날것의 맛
범죄도시 1편은 시리즈 중 유일하게 청소년 관람 불가(R등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흥행을 위해 15세 관람가로 낮춘 후속작들과 달리, 1편은 범죄 현장의 잔혹함과 액션의 타격감을 가감 없이 보여줬습니다.
이 '날것(Raw)'의 분위기가 주는 리얼함은 대단합니다. 진짜 조폭들의 세계를 훔쳐보는 듯한 느와르적인 색채, 뼈가 부러지고 피가 튀는 액션 사운드는 영화의 무게감을 더했습니다. 마석도의 주먹 한 방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가장 짜릿하게 느껴진 것도 바로 이 살벌한 배경 덕분이었습니다.
3. 줄거리 및 빛나는 조연들
환상의 팀워크를 보여준 금천서 강력반
가리봉동 소탕 작전 (Plot Summary)
2004년 서울 가리봉동. 평화(?)를 유지하던 이 구역에 하얼빈에서 넘어온 신흥 범죄조직 보스 '장첸(윤계상)' 일당이 나타납니다. 그들은 기존 조직들을 잔인하게 장악하며 도시를 공포로 몰아넣죠. 이에 괴물 형사 '마석도(마동석)'와 금천서 강력반은 주먹 한 방으로 도시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장첸 일당을 일망타진하는 작전을 세웁니다.
진선규의 재발견, 위성락
1편이 전설인 또 다른 이유는 조연들의 미친 연기력입니다. 특히 장첸의 오른팔 '위성락'을 연기한 진선규 배우는 실제 조선족 조폭을 섭외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정도로 소름 돋는 연기를 보여줬고,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진실의 방으로"를 외치며 헬멧을 씌우던 장면은 아직도 회자되는 명장면이죠.
4. 후속작을 보고 다시 1편을 봐야 하는 이유
최근 개봉한 범죄도시 시리즈들도 물론 재밌습니다. 마동석의 주먹은 더 세졌고, 유머 타율도 높아졌죠. 하지만 '긴장감'이라는 측면에서 1편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1편은 '마석도가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1%라도 드는 유일한 편이었습니다. (물론 안 지지만요.) 그만큼 악역이 주는 압박감이 대단했습니다. 공항 화장실에서의 마지막 결투 씬은 액션 영화 역사에 남을 명장면입니다.
"혼자야?" "어, 아직 싱글이야."
가장 살벌한 순간에 터지는 마동석 특유의 유머가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빛났던 영화. 2, 3, 4편이 '슈퍼히어로물'이 되었다면, 1편은 진정한 '형사 느와르'였습니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팬이라면, 주기적으로 1편을 복습하며 그 시절의 거친 감성을 다시 느껴보시길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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